변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말들을 만들어낸다.
코로나 19로 새로 등장한 단어 중에 untact (비대면)만큼 많이 회자되는 말은 없는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서로 만나고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체취를 느끼면서 모여 살게 되어 있는데 그것이 힘든 사회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인터넷의 등장과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오래전부터 표현은 다르지만 많은 사람이 말해왔었다.
거리가 없어지고, 시차가 없어지고 세대 차가 없어지고 국경이 없어지고 하는 Less society(~없는 사회)나 초연결사회(connected society) 같은 변화들이 그것이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전 세계가 모두 한자리 한 시간대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이제는 교육, 의료, 유통, 금융, 회의, 세미나 등의 웬만한 사무형 서비스는 모두 직접 만나지 않아도 원격으로 되는 시대가 됐다. 그중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급격히 가속화될 것이 교육과 의료 금융 유통 재택근무 등이 될듯하다.
지난 5월 7일 뉴욕 타임스가 Zoom, Xoom, Zum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Zoom(줌: 원격교육, 회의용 프로그램)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가장 주목받고 돈을 많이 번 회사가 되었다. 존재감이 그리 높지 않았던 이 회사가 갑자기 뜨게 된 것은 손쉽게 비대면 교육이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학 원격 강의도 거의 Zoom을 사용한다. 실제로 대학생들과 줌을 통한 수업에 참여해 보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제까지의 어떤 도구보다 사용할만했다.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빨리빨리 움직이는 스타트업 속성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Zoom과 시각적으로나 발음이 비슷한 느낌을 주는 회사 이름들이 쏟아졌다. 자그마치 Zoom의 냄새를 풍기는 회사명 또는 서비스 명칭이 120여 개가 인터넷에서 검색이 될 정도로 재빠른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빨리 빨리는 대한민국이 주특기인데 오히려 한국은 뭉그적대고 있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로 되어있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정신과 육체)으로 근대가 시작되었고 니체가 욕망과 감성이 인간의 본성임을 주장하면서 현대가 시작되었다. 아마도 비대면이 또 다른 시대를 만들어 낼는지 모르겠다. Untact가 Ontact로 변했다.
한 달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코로나 블루(우울증)가 생겼다. 언택트는 육체적 자유를 속박한다.
자유는 산소와 같은 것이다. 자유는 또 하나의 자연이며 인간에게 자연은 생명의 원천이다.
스피노자는 자연은 신이라고 했다. 앞으로 육체의 자유를 잘 응용하는 사업이 뜰 것이다.
AI, 빅데이터, 모바일, 로보틱스, 블록체인, 3D 프린터, 5D 무선통신, 자율주행, 드론, 전기자동차, 바이오와 같은 과학기술은 비대면 산업을 가속화하고 수많은 일자리를 급속히 먹어 치울 것이다.
에어컨이 나와도 선풍기는 남아있고 자동 세차기계가 나와도 손 세차는 남아 있지만 사무 단순직의 일자리는 많이 사라질 것이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은행원, 교수, 선생도 마찬가지고 공무원도 예외는 아니다. 사라지는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심각하게 새로운 분야로의 전환과 준비를 고민할 때가 되었다.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막연한 믿음은 금물이다.
실직 잉여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아마도 생각보다 빨리 사회적 문제가 될 것 같다. 코로나로 긴급 재난 지원금이니 전 국민 고용보험이니 하는 단어에 익숙하다 보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돈만 받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걱정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야 세금도 잘 걷히고 잉여 노동자에 대한 지원도 가능하다. 공짜면 좋다고 생각하는 풍조는 우리 후손과 미래를 망치는 일이다.
톨스토이가 그의 참회록에도 인용한 불교의 안수정등(岸樹井縢)이란 우화가 있다. 뒤에서 쫓아오는 맹수를 피해 간신히 잡은 우물 안 등나무 밑에는 뱀이 우글거리고 붙잡고 있는 나무 위에는 쥐새끼가 나무를 갉아 먹는데 위에서 꿀이 떨어지니 꿀 받아먹는 맛에 낼모레 죽는 줄도 모르고 꿀맛에 취해 몽롱한, 한심한 상태를 풍자하는 우화다. 공짜가 주는 꿀맛은 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