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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 물음

by cichoo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의 최고선(最高善)을 행복이라고 말한 것과 관계없이,
불행해지기 위해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망하려고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이 망할까?

스타트업은 속성이 돈, 지식,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그럼 그렇게 잘나가던 글로벌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공을 굳게 믿고 자신 있게 스타트업을 시작했다고 허세를 부리며 “나에게 투자하지 않는 투자자는 바보이며, 내 물건을 사지 않는 고객은 큰 후회를 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사람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혼자 맥주 한잔을 기울일 때가 아니더라도 늘 머릿속에 상존하는 두려움이 있다.

투자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내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만일 이대로 망하면 어떻게 창피해서 다니지? 그냥 취직이나 할 걸 그랬나?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

한없는 회의와 후회와 불안감에 휩싸이는 속앓이를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는 안고 산다.

답답한 마음에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도 들척이고 동영상 강연도 들어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사람들을 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알려진 성공한 창업자들을 불러다 강연회나 세미나를 여는 곳에 별 효험이 없는 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비타민이면 어떠냐는 불안한 마음에 블랙홀에 빨려들 듯 휩쓸려 들기도 한다.

수많은 경영학자 사회과학자들이 원인을 파헤치는 연구를 해서 해법을 내놓았다.

글로벌 그룹의 경우는 자신감(Self confidence), 창업자 딜레마(Innovator’s Dilemma), 성공함정(Success trap), 창조적 파괴(disruptive innovation), 상전이(Phase transition) 등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selfish gene)에 방점을 둔다.

스타트업의 경우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 창업자와 팀원의 능력, 개발 능력, 자금 조달, 경영능력, 팀원 간의 불화, 유통망 구축실패, 맨땅에 헤딩 안 함(do don’t scale), 대기업으로 착각, 미션 망각 등등이 회자된다.

철학자 칸트는 자기 학설을 비판했다. 지식과 이성이면 다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순수이성비판), 실천이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며(실천이성비판) 결국 심판해줄 사람도 없으니 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신을 요청했다(판단력비판).
인간이 답을 안다고 해도 모든 사람에게 심판을 내릴 수는 없는 문제다.  

왜(why)가 정리되지 않은 체 무엇(what)이나 어떻게(how)의 단계로 넘어가면 결국 왜의 문제로 다시 갈 수밖에 없다.

내가 왜 스타트업을 했는지? 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하려고 하는지를 모른 채 돈이나 권력에 이끌려 자기 인격보다 높은 대우를 받거나 힘을 갖게 되면 경쟁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무너지게 되어있다.

세계적인 대그룹들이 경쟁자에 의해서 무너진 경우는 많지 않다. 스스로 내부의 모순에 의하여 무너진다. 정치인의 경우는 경쟁자가 아니라 가장 측근에 의하여 대부분 무너진다.

스타트업이 어려울 때는 내가 왜 스타트업을 시작했는지 근원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진리이다. 진리란 감추어진 것을 들어내는 것이다(탈 은폐성).

만일 왜를 잘못 선택했으면 왜를 바꾸면 된다. 가령 나는 스타트업을 한 이유가 돈이었다면 불법 부당한 방법은 안 되지만 돈 만을 위해 달려라. 그러다 망하면 다시 일어나 돈을 위해서 두 번이든 세 번이든 아니 열 번이든 돈을 위해 달려라.

만일 돈을 선택한 것이 잘못되고 낯은 수준으로 느껴지면 왜를 돈에서 가치 창출  

또는 인류 공존이나 더 좋은 세상 만들기와 고객의 행복과 봉사로 바꾸면 된다.

그런 다음에 무엇과(what) 어떻게(how)에 올인하면 된다.

“왜 이 일을 하는가”가 궁극적인 물음이 될 때 남의 성공사례에서 얻을 수 없는 진정한 나의 답을 찾을 수 있다.

가장 상위의 왜는 ~을 위해서라는 타자(외부) 지향적 목적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자기 목적적) 일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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