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이 활개를 치던 시절 “~~간첩단 일망타진”이라는 신문 기사나 검거과정을 설명하는 브리핑에 “비트”라는 단어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비트는 영어나 외래어가 아닌 “비밀 아지트”의 준말이다.
간첩이 남한에 은밀히 침투하면 생존을 위한 거점장소 즉 비밀 아지트를 구축하는 일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바둑 용어에는 아생 연후 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것도 있다. 내가 살고 난 후에 상대방을 공격하라는 말이다. 내가 살지 못한 상태에서(두 집을 내지 못한) 무리하게 상대방 돌을 공격하면 내가 오히려 잡히는 상황이 온다는 뜻이다. 거점 전략을 설명하는데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거점전략은 일단 살아서 다음을 구상하고 뜻을 펼쳐 나가는 것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기업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일은 없다.
흔히 거점이라는 용어는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것으로만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마케팅 전략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쉽게 접하는 단어지만 거점개념은 마케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거점사업/거점조직(팀)/거점제품/거점기술/거점자금/거점지역/거점시장/거점고객/거점전략/거점전술…등 실로 사업의 전 분야에 거점의 개념은 스며들어 있는데도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등한시했을 뿐이다.
이 세상에는 하나가 끝까지 가는 일도 없으며 이것 아니면 안 되는 일도 없다.
세상의 진리는 오직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거점은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거점 전략이 끝까지 가는 기업은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확장을 못 해서 결국 죽는다. 이는 차라리 거점전략이 실패해서 일찍 죽느니만 못하다. 거점이 확장으로 끊임없이 변하고 성장해가는 것이 기업이다.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이 제일 먼저 거점사업으로 시작한 것은 정미소(쌀을 도정해서 파는)였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은 자동차 수리를 첫 사업으로 시작했다.
아마존은 온라인 책 판매로 시작을 했지만, 지금은 클라우드 서비스와 전자상거래회사로 발전했고 구글은 검색엔진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유튜브 안드로이드 자율주행 등으로 변했고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로 출발해서 이제는 메타 플랫폼 업체가 되었다.
사업거점을 잘 이해한다면 스타트업의 요소 중 하나인 아이디어 또는 아이템이라는 것이 목숨 걸고 좋은 것을 찾겠다고 헤맬 필요가 없음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의 아이템은 거점의 역할만 충분히 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대박 나는 좋은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하여 노력한다고 그 아이템으로 대박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
구리가 없는 광산을 구리가 있다고 굳게 믿고 투자했다가 구리 대신 금을 발견했다면 대박이다. 구리를 거점사업으로 선정한 것이 대박의 원천이 되었다. 구리와 금은 늘 붙어 다닌다.
최근 가장 핫한 스타트업이 당근 마켓이다.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기업가치가 3조라고 한다. 창업한 지 5년 만에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당근마켓은 거점이론을 가장 완벽하게 실현한 스타트업이다.
판교 테크노 벨리를 지역 거점으로 선정한 것은 물론 지역거점에 가장 적합한 거점사업을 중고거래로 선정하고 반경 6km 이내의 고객에게 “당신 근처”라는 인식을 강력히 확인시키고 집중 공략을 해서 성공했다. 지역거점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사업거점도 중고 거래에서 지역 부동산 지역 정보, 취업, 광고, 지역 소통, 커뮤니티까지 넓혀가고 있다.
거점전략의 선택은 감이나 배짱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데이터에 의한 (Data Driven) 분석과 검토를 거쳐 선택하여야 한다.
살아남기 위한 요소를 설정하고 여러 거점 요소들에 대한 항복 별 평가 점수를 부여하여 가장 점수가 높은 요소를 2~3개 선정하여 마지막으로 집중 분석한 후에 선정하는 것이 순서이다.
물론 이렇게 하였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박을 내고 싶으면 제일 먼저 할 일이 대박을 내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일이라고” 링크드인 창업자이며 스케일 마스터 저자인 리드 호프만이 말했듯이 대박을 내고 싶으면 살아남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거점을 확보하는 일을 신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