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 엉뚱한데 툭 돌을 두는 경우가 있다.
응수하는 방법에 따라 실력을 평가하고 다음 전략과 전술을 세우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민감한 정책을 구상하거나 중요 부처의 책임자를 임명할 때 여론과 언론의 반응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슬쩍 정보를 흘려보는 경우가 있다.
외교나 기업의 영업 관련 담판을 지을 때 슬쩍 상대방의 반응을 보기 위해 내부의 비밀 대화 내용이 유출된 것처럼 흘려버리는 전략이 있다.
일단 저지르고 상대방(고객) 반응을 보고 수습하는 전략들이다.
학교 선생님에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이야기가 있다.
무슨 일을 하든 준비를 철저히 하고 목표를 정확히 조준해서 조심스럽게 목표를 향해 준비한 것을 발사하라는 프로세스에 관한 당부다.
훈련소의 사격장 풍경이다.
준비된 사수부터 조준 발사 개시~.
확성기에서 명령이 떨어지면 사선(射線)에서는 과녁을 향해 총알이 콩 볶듯 터진다
대한민국의 군인들은 이렇게 준비 조준 발사의 단계를 거치면서 사격을 배운다.
스타트업은 실패 확률이 높다.
열 번 도전하면 한 번 정도 성공할까 말까 한 확률이다.
왜 그렇게 남이 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멍텅구리 같은 짓을 계속하는 것일까?
“나는 다 알아” “나는 항상 옳아”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보고 또 본 남들의 실수를 나도 똑같이 되풀이할 리가 없다.
여기 똑똑하고 열정도 높고 도전정신이 강한 스타트업 기업가를 상정해보자.
어느 날 TV를 보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나름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혹시라도 나의 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남에게 들키지나 않을까 조심하면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고 도서관을 들락거린다.
이 어마어마한 아이디어를 어느 날 갑자기 펑 터트려 세상을 놀라게 하기 위한 전략과 준비를 시작한다. 이제는 고생도 끝이라는 생각과 함께 돈방석에 앉아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경영자가 되는 생각에 미소까지 짓기도 한다.
밤을 새워 제품을 개발하고 품질도 완벽하게 체크한다. 즉시 생산을 시작한다. 많이 팔릴 것을 확신하니 생산량도 넉넉히 하기로 하고 여기저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뛰어다녀보지만 투자를 받으려면 투자자에게 아이디어를 노출해야 하므로 돈을 빌려서 하는 쪽을 택한다.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은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다.
홍보 마케팅 돌입과 동시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판매를 시작한다.
아이디어-제품개발-생산-홍보-판매의 경영학 책에 있는 과정을 그대로 물 흐르듯 따랐다.
제품은 한 톨도 팔리지 않았고 내가 고객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코빼기도 볼 수가 없었으니 쫄딱 망하고 신용불량자의 낙인이 찍힌 빚쟁이가 되었다.
준비 조준 발사의 정확한 가르침 데로 철저히 과정을 준수하였는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스타트업은 발사-준비-조준이 올바른 수순이다. 뚱딴지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꼭꼭 숨기지 말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그들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수정 보완을 하여야 한다. 먼저 발사를 해서 반응을 보는 것이다. 이때 잠재고객에게 최소기능만을 보유한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 제품)를 준비하여 고객들을 직접 찾아 다니면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적용 보완하여야 한다. 한번이 아니라 수 차례 반복하여 실패 가능성을 제거하여야 한다.
제품생산 전에 고객이 누구이며 그들의 문제점(Pain Point)이 무엇인지 많은 연구 검토를 한 다음에 보완해야 할 미비점들을 철저히 반영한다. 여러 번의 수정 보완을 하는 발사 단계를 먼저 실천해보는 것이다. 말하자면 제품과 고객 간의 궁합을 맞추어 보는 것이다(Product market Fit라고함).
세상에 아무리 좋은 옷도(제품) 몸에(고객)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 기업가는 고객을 위한 제품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든 꼴이니 망할 수밖에 없다.
사실 스타트업뿐만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발사)-준비-조준-발사가 제대로 된 프로세스이다.
다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괄호 속의 발사가 준비 앞에 있음을 볼 줄 아는 통찰력이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