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리아(Aporia)는 막힌 길을 뜻한다. 살다 보면 우리는 많은 막힌 길을 경험하지만, 인생이란 어쩌면 수없이 닥치는 이 길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다.
너무나 거대하고 높아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길도 있고 그냥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길도 있지만 그 목표가 크고 높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그런 목표일수록 극복하기 어렵게 마련이다. 거대한 목표의 벽 앞에서 그냥 주저앉는 사람도 있고 그것을 뚫고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 벽을 우회하는 사람이나 온길로 다시 되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더니 나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다(Robert Frost: The Road Not Taken).
더러는 이 시의 의미를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라고 조장한다는) 시는 느끼는 사람의 것이다. 그냥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응원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스타트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을 듣고 나폴레옹을 꼭 떠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을 생각해본 사람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Fear of failure).
자기 능력에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설령 능력과 자신이 있다 하더라도 불확실한 미래의 변화 속에 내가 이 어려운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 옳은 행동일까? 차라리 남들과 똑같이 좀 편안하고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괴테의 명저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박사는 이 세상의 책이란 책은 모두 다 읽었고 지식이라면 세상에 누구도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자부하지만 그런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으며 왜 나에게는 세상이 회색빛이요 밖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만도 못 한 존재일까? 라며 한탄한다. 회색빛인 세상을 장밋빛의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마음의 방황을 시작한다.
이때 악마 메피스토 팰리스가 나타나 영혼을 팔아 쾌락을 사는 내기를 제안한다. 내가 이 세상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만들어 줄 테니 만일 네가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 참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순간 너의 영혼을 나에게 달라고 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느니라”라는 파우스트에서 가장 유명하고 소설의 전체를 아우르는 명대사가 나온다. 파우스트 박사가 방황하는 이유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인간이 목표를 가지고 있는 한 길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의지가 확실하다는 뜻이다. 어찌 목표를 달성하려고 도전하고 경쟁하고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 모든 것이 뜻대로만 되겠는가 수많은 시련과 고통과 희생과 마음의 방황을 피할 수 없다. 목표 달성에 성공한 사람들은 그 성공이 큰 어려움이나 고통 없는 것처럼 미화하고 별것 아닌 것처럼 겸손과 너스레를 떨지만 호된 방황이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일 뿐이다.
방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스타트업의 목표라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이 잘한 일인지 못 한 일인지로부터 시작해서 고객은 누구이며 어느 분야에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할까? 누구와 하지? 돈은?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떤 기술과 능력이 있어야 하지? 조직을 잘 관리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나에게 있는가? 나의 경쟁자는 누구이며 이들에게 이길 수 있는 자신감과 배짱은 있는 것일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말처럼 목표가 없으면 아무대로 가도 된다. 이것은 방황이 아니라 그냥 어슬렁거림이다.
나를 방황하게 하는 목표는 내가 건전하게 살고 있음이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극복해야 하는 명제이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방황한다면 거꾸로 힘을 내는 긍정의 피드백(positive feedback)을 걸자. 이렇게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삶의 명제를 풀어 간다면 파우스트 박사처럼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 참 아름답다”를 외치는 순간이 반드시 오리라 생각한다.